카카오뱅크 노동조합이 임금·단체협약 교섭 과정에서 대표와 임원 보상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노조는 8월 31일부터 9월 4일까지 5일간 총파업 참여를 독려하는 피켓까지 배포했으나, 지난 26일 노사 간 큰 틀의 합의가 이뤄지면서 예정됐던 총파업은 취소됐다.
이번 갈등은 단순한 임금 인상률 논쟁을 넘어 임원 보상, 이사보수한도, 주가 부진, 복지 수준, 성과급 배분 방식까지 얽힌 사안으로 번졌다. 노조는 판교 사옥 일대에서 “이사보수한도 50억→80억, 직원인상률 작년보다 낮음”, “노동자는 파업하는데 상반기 보수 81억원”, “카카오뱅크 대표 상반기 보수 81억원?!”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게시했다.
또 다른 피켓에는 “노동자는 성과로 보상은커녕 희생만 강요”, “주가는 폭락, 직원은 파업, 경영진은 배불리”, “책임은 회피, 보상은 독식”이라는 문구가 담겼다. 노조는 회사가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직원 보상은 충분하지 않고, 반대로 경영진 보상은 확대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7월 하루 파업 이어 8월 5일 총파업 예고…26일 협상으로 취소
카카오뱅크 노조는 지난 7월 31일 하루 전면 파업에 나선 바 있다. 당시 노사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조정회의에서 임금 교섭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노조는 전일 파업에 돌입했다.
이후 노조는 8월 14일 2차 파업을 진행했고, 교섭에 진전이 없다며 8월 31일부터 9월 4일까지 5영업일 연속 총파업을 예고했다. 노조 피켓에도 “8월 31일~9월 4일 총파업 모두 참여 신청”, “이제는 함께 나설 때입니다”라는 문구가 포함됐다.
다만 지난 26일 오후 진행된 교섭에서 노사 간 큰 틀의 합의가 이뤄지면서 예정됐던 총파업은 취소됐다. 노조는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예고했던 총파업을 철회하고 세부안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노조 “이사보수한도 80억”…전문가 “한도와 실제 지급액은 다르다”
이번 피켓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이사보수한도와 임원 보상 관련 문구다. 노조는 “이사보수한도 50억→80억, 직원인상률 작년보다 낮음”이라는 피켓을 통해 경영진 보상 확대와 직원 임금 인상률을 대비시켰다.
다만 지배구조 전문가들은 이사보수한도와 실제 지급 보수는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사보수한도는 주주총회에서 정하는 최대 지급 가능 범위로, 해당 금액이 곧바로 경영진에게 전액 지급된다는 뜻은 아니다.
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전문가는 “이사보수한도 증액은 주주총회에서 승인받는 총량 개념이고, 실제 지급 보수는 그 안에서 이사회 또는 보상위원회 기준에 따라 결정된다”며 “노조 입장에서는 상징적으로 문제 제기할 수 있지만, 기사에서는 한도 증액과 실제 지급액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상장 금융회사의 임원 보수에는 기본급, 성과급, 주식보상, 장기성과급, 일회성 보상 등이 섞일 수 있다”며 “직원 임금 인상률과 단순 비교하려면 산정 기준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상반기 보수 81억원” 주장도 산정 방식 확인 필요
노조는 또 다른 피켓에서 “카카오뱅크 대표 상반기 보수 81억원?!”이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해당 피켓에는 “노동자는 성과로 보상은커녕 희생만 강요”, “상생은 말뿐 돈 잔치는 경영진만”이라는 문구도 함께 담겼다.
다만 이 역시 실제 현금 보수인지, 주식보상 평가액인지, 과거 부여된 주식매수선택권 행사 또는 장기성과급이 포함된 금액인지 확인이 필요하다. 상장사 임원 보수는 사업보고서상 공시 기준과 실제 현금 수령액이 다를 수 있고, 주식 관련 보상은 부여 시점과 행사 시점에 따라 금액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한 보상 컨설턴트는 “임원 보수 81억원이라는 숫자가 사실이라도 현금 급여만을 의미하는지, 주식보상 또는 일회성 평가이익이 포함된 것인지에 따라 해석이 완전히 달라진다”며 “노조가 제기한 문제의식은 취재 가치가 있지만, 회계상 인식액과 실제 지급액을 구분하지 않으면 독자에게 오해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회사 제시안은 영업익 10% 성과급…노조는 추가 1000만원 요구
임단협의 직접 쟁점은 성과급과 임금 인상률이다. 기존 보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 사측은 현금과 자사주 등을 포함해 영업이익의 10% 수준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안을 제시했다. 반면 노조는 기존에 지급되던 500만원 상당의 양도제한조건부주식, RSU와 별개로 1000만원의 성과급 지급을 요구했다. 이는 영업이익의 13~14% 수준으로 알려졌다.
연봉 인상률은 6% 후반대 안팎에서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회사가 분기 최대 실적을 거둔 만큼 성과 배분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업계에서는 은행권 임금협상 흐름과 비교하면 카카오뱅크의 6% 후반대 인상률과 영업이익 10% 성과급 제시안이 낮은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금융권 사용자 측 임금 인상 제시안이 2%대에 머문 상황에서 6% 후반대 인상률이 논의됐다면 은행권 기준으로는 낮은 안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성과급과 주식보상까지 포함하면 단순히 직원 보상을 억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 “임금·성과급·복지 포함한 총보상 기준으로 봐야”
카카오뱅크의 복지제도도 보상 수준을 판단할 때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카카오뱅크는 유연근무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휴가를 2시간 단위로 사용할 수 있는 제도를 두고 있다. 부모와 배우자 부모까지 포함한 의료 실비보험 지원, 본인 외 1인 건강검진 지원 등 가족 단위 복지도 제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내 카페와 사내매점, 야근 식대와 교통비 지원, 3년 근무 시 1개월 안식휴가 제도도 운영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노조는 일부 피켓에서 “복지는 축소”, “업무는 과중”이라고 주장하지만, 외부 전문가들은 현금성 임금만 따로 떼어 처우 수준을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한 노무법인 대표 노무사는 “임단협에서는 임금 인상률 숫자가 가장 먼저 부각되지만, 실제 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기본급, 성과급, 주식보상, 복지비, 휴가제도를 모두 합친 총보상 기준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연근무, 시간 단위 휴가, 가족 의료비 지원, 장기근속 안식휴가가 제공된다면 회사 입장에서는 상당한 총인건비 부담을 이미 지고 있는 것”이라며 “6% 후반대 인상률과 영업이익 10% 성과급, 자사주 보상까지 함께 제시됐다면 낮은 처우라고만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애플워치 에르메스 에디션” 피켓도 등장…회사 비용 여부 확인 필요
노조 피켓에는 “노동자는 파업, 대표·임원은 복리후생 FLEX”, “애플워치 에르메스 에디션 회사는 내 꺼!”라는 문구도 등장했다. 이는 임원진의 복리후생 또는 회사 비용 사용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해당 문구가 실제 회사 비용으로 지급된 복리후생인지, 특정 임원 개인 비용인지, 업무용 장비인지, 노조의 풍자성 표현인지는 아직 확인이 필요하다. 회사 비용으로 제공됐다면 대상자, 지급 목적, 회계 처리 기준, 직원 복지와의 형평성 등이 쟁점이 될 수 있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임원 복리후생 논란은 실제 지급 여부와 비용 처리 방식이 중요하다”며 “업무 목적 장비인지, 임원 전용 복지인지, 현물성 보상인지에 따라 법인세·소득세·공시 이슈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주가 하락 책임론도 부상…업계 “보상 논란과 분리해 봐야”
노조는 주가 하락도 경영진 책임론과 연결하고 있다. 한 피켓에는 “카카오뱅크의 성장? 누가, 무엇을 성장시키고 있습니까?”라는 문구와 함께 “경영진 보상은 점점 올라갑니다”, “직원&주가 처우와 주가는 점점 내려갑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또 “주가 하락은 경영진의 책임이 아닙니다. 정말요?”라는 문구도 포함됐다.
카카오뱅크 주가는 상장 초기 플랫폼 금융주 기대를 받으며 급등했지만, 이후 은행주로 재평가되며 장기간 부진한 흐름을 보여왔다. 노조 입장에서는 주가가 하락했음에도 경영진 보상이 늘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는 셈이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주가 하락을 임단협 쟁점과 직접 연결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금리, 은행업 밸류에이션, 대출 성장률, 플랫폼 프리미엄 축소, 카카오그룹 전반의 평판 리스크 등 복합 요인이 주가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가 부진 국면에서 임원 보상 논란이 커지면 주주 정서에는 부정적일 수 있다”면서도 “주가 하락을 특정 임원 보상이나 임단협과 일대일로 연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노사 큰 틀 합의에도 불씨 남아…세부안 공개가 관건
카카오뱅크 노조는 8월 말 5일 총파업까지 예고했으나, 26일 교섭에서 노사 간 큰 틀의 합의가 이뤄지면서 총파업을 취소했다. 다만 세부 합의안이 공개되기 전까지는 성과급 산정 방식, 자사주 보상 포함 여부, 임금 인상률, 복지제도 유지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번 갈등은 인터넷전문은행의 보상 기준을 둘러싼 첫 대형 노사 이슈로 평가된다. 카카오뱅크는 ICT 기반 금융회사이지만, 동시에 은행업 인가를 받은 상장 금융회사다. 직원들은 플랫폼 기업 수준의 기여와 보상을 요구하고, 회사는 은행 규제와 자본관리, 주주환원까지 고려해야 하는 구조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이번 사안은 노조의 문제 제기와 회사의 총보상 논리가 정면으로 충돌한 사례”라며 “이사보수한도, 임원 실제 보수, 직원 임금 인상률, 성과급, 복지제도를 각각 분리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노사 간 큰 틀의 합의가 이뤄졌더라도 보상 기준의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같은 갈등이 반복될 수 있다”며 “카카오뱅크가 은행과 플랫폼 기업 사이에서 어떤 보상 기준을 세울지가 향후 조직 안정성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뱅크 입장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윤호영 대표의 스톡옵션은 고객 수 1,300만 명과 세전이익 1,300억 원 달성을 전제로 부여된 장기 성과보상으로, 당시에는 시장에서도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라며, “현재 카카오뱅크는 고객 수와 수익성 측면에서 이미 이를 크게 넘어서는 성과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주가에 직접적 영향을 주지 않는 차액보상형 방식으로, 지난 10년간 카카오뱅크를 국내 대표 모바일 금융 플랫폼을 넘어 글로
벌 3대 뉴뱅크 수준으로 성장시켜 온 장기 성과에 대한 보상 성격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쟁의에 관련해서는 “현재 노조와 대화를 지속해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있다”고 전했다.“
더단독 기자 thedankdo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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